상목과 갈목력

常目과 竭目力

대학(大學)에서 이르기를, 상목재지(常目在之)면 무시불명(無時不明)이라 하였고, 맹자(孟子离婁章)에서는 갈목력(竭目力)하면 규구준승(規矩準繩)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으며, 갈이력(竭耳力)하면 육률(六律爲陽. 六呂爲陰)과 오음(五音: 宮商角徵羽)을 바로 들을 수 있고, 갈심사(竭心思)하면 인복천하(仁覆天下)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인정(仁政)을 베풀 수 있다는 뜻이다.

상목(常目)이란 온갖 사물을 원리 면에서 바로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리고 갈목력(竭目力)은 사리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비와 곡직(是非曲直)을 바로 살펴서 이른바 오른 것도 그르다하고 그른 것도 옳다고 하는 비시시비(非是是非)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아니하고 어디까지나 규구준승(規矩準繩)을 정확히 정의(定義)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규(規)는 원을 측정하는 원척(圓尺:콤파스)을 의미하며

구(矩)는 각을 측정하는 방척(方尺:삼각자)을 말한다.

준(準)은 수평을 측정하는 평척(平尺:수평기)을 뜻하며,

승()은 직선을 그리는 직척(直尺:곧은자)을 말하는 것이다.

원과 방(각)과 평과 직은 비록 사물이 존재하는 물리적인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원리를 인간생활의 가치를 축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들의 운신(運身)은 더욱 올바를 수 있다는 것을 성리학(性理學)에서는 귀띔해주고 있다.

일례를 든다면, 지욕원이행욕방(智欲圓而行欲方)의 경구(警句)처럼 생각은 언제나 슬기롭게 하되 원만해야하며, 행동방향은 반드시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평유지를 통하여 안정을 상징하는 물(水)에서 4가지 덕성을 깨우치라는 이른바 수유사덕(水有四德:

水分의 無處不及/仁, 生水의 自淨機能/義, 流水의 盈虛流下/禮, 無抗廻流/智)의 논리와, 바른 나무 밑에 굽은 그림자가 없다는, 직목지하 무곡영(直木之下 無曲影)의 훈구(訓句)는 곧 우리들로 하여금 규구준승(規矩準繩)의 척도를 본받아서 원방평직(圓方平直)의 규범을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승전계후(承前繼後)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 내려오는 일상적인 교훈임에 틀림이 없다. 흔히들 말하거니와 사람은 규범(規範)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선량한 종범자(從範者)가 돼야 한다고 말이다.

규범(規範)이라 이야기 할 때 규(規)는 규구준승(規矩準繩)을 요약해서 표현한 말이며, 범(範)은 규구준승을 바탕으로 하는 원방평직(圓方平直)의 범주를 이탈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정가일우(政街一隅)에서 들어나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작태는 어떠한가? 실학자의 한분인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선생의 지적과 같이 공직자에게는 불가위(不可爲), 불능위(不能爲), 불인위(不忍爲)라고 하는 절대 하지 말아야할 금칙(禁則)이 있다. 그것은,

첫째,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不可爲).

둘째, 할 수 없는 일이요(不能爲),

셋째,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不忍爲).

막말과 욕설을 상용어처럼 뇌 깔리는 부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후안무치한 족속들.

저만을 내세워 거들먹거리는 일필랑(一匹狼).

상하존귀의 질서를 구별 못하는 외화내허(外華內虛)의 공병족(空甁族).

세월호 문제 앞에서는 광견(狂犬)이 되고, 메르스(mers) 현장에서는 자취를 감추는 효갈족(曉蝎族) 등의 부류는 상목(常目)이 없는 대표적인 자들이며, 목력(目力)을 다할 줄 모르는 이른바 천민정치인(賤民政治人)인 동시에 사이비 증후군(似而非症候群)으로서 논어에서 말하는 해덕(害德)의 상징인 향당(鄕黨)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은 구이지학(口耳之學)과 삼촌지학(三寸之學)으로 자족(自足)하는, 퇴계선생께서 경고했던 바와 같이 준폐민(準廢民)의 무리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닌상 싶기 때문이다.

일필랑(一匹狼)은 저만을 잘났다 믿는 여우같은 자다, 모든 동물은 어미가 앞장서고 새끼들은 뒤 다르게 하지만, 여우만은 새끼들을 앞세오고 어미는 뒤따른다. 공병족(空甁族)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라는 뜻이다. 효갈족(曉蝎族)은 안중근의 아버지 안태훈공이 17세에 불과한 안중근의 의지를 떠보기 위하여 시 한 짝만이 생각날 뿐이니, 대구(對句)를 찾아보라 했다. 요즈음 부정과 비리로 나라 망쳐놓고 저들만 살려고 새벽 빈대처럼 도망치고 있다는 비유로/ 曉蝎圖生無跡去라 했더니. 아들 안중근은 즉석에서 답하기를, 저녁 모기는 죽을지언정 앵하고 소리 내며 날라든다/夕蚊寧死有聲來라고 응구첩대했다. 여기에서 의기상통하여 헌신보국했다. 효갈족의 표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폐민론(廢民論)은 퇴계선생이 예안향약 서두에서 밝힌바 있는,정도를 벗어나 나라님을 욕하는 자는 하늘이 보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단법인 풍석문화재단 김유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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