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도구와 열원

식재료를 다듬어 요리를 해서 익히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적절한 가열용기를 고르게 된다. 이에 적절한 열원도 같이 선택하게 된다. 바닥이 두꺼운 스텐냄비, 얇은 알미늄 항공소재냄비, 노란 양은냄비, 흙으로 구워 만든 뚝배기류가 흔하게 있다. 씽크대 한쪽은 가스레인지가 냉장고 근처에는 전자레인지, 전기를 이용한 포트, 이동용 전기그릴, 슬로쿠커,오븐등이 자리잡고 있다.

전기레인지재질도 소재도 다양하다. 정조지에는 자주 노구솥을 쓰라는 말이 나온다. 노구솥은 무쇠솥을 말한다. 지금처럼 다양한 금속재의 남비류를 쓰는 대신 열전도율이 높지는 않지만 한번 달궈지면 쉬이 식지 않는 무쇠솥을 사용했다. 같은 금속이라도 구리나 알루미늄이 훨씬 열전도율이 높지만 재료값이 비싼 구리나 쉬이 식는 알미늄보다는 철이 더 조리도구로 적합했다.

노구솥은 뚜껑이 무거워 수증기가 쉽게 날아가지 않고 솥 속에서 대류하며 음식을 느리고 고르게 익히는 성질이 있다. 잔류하는 수증기는 둥근 뚜껑을 타고 다시 음식으로 떨어져 맛과 습기를 더해 한층 윤택한 음식의 풍미를 만들어 낸다. 노구솥에 지금처럼 가스나 전기처럼 고르고 강한 화력을 쓰는 대신 나무를 태워 얻는 끈끈한 화력을 이용했으니 음식이 훨씬 고르고 균일하게 익었을 거 같다.

무쇠솥  지금 연구소에도 다양한 노구솥들이 있다. 길들이기가 잘 된 솥은 잘 사용하고 닦은 다음 물기를 제거한후 들기름으로 마무리해준다.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이렇게 해두면 녹도 슬지 않고 끓이는 용도 뿐 아니라 오븐을 대신해 굽는 요리를 해도 좋다. 철 위에서 익은 요리는 별다른 가미를 안해도 재료의 단맛을 충분히 살려주는 특징이 있다. 노구솥이 무겁기는 해도 이런 여러가지 장점 때문에 정조지 속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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