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색

비행기나 열차를 타고 새로운 나라나 도시에 도착하면 낯선 냄새가 우리를 맞는다. 이른 새벽에 축축한 대기는 사물을 더욱 차분하게 감싼다. 그 도시만의 색을 부드럽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잠시 후 사람들이 움직임을 만들고 이른 시간 식당에 음식들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하다. 낯선 이방인의 눈에 그 지방 요리의 색채와 풍미가 오감을 자극한다.

구절판   정조지의 요리들은 우리에게 시간을 거슬러 새로운 맛과 색의 경험을 선사한다. 지금처럼 화학적인 안료나 식품첨가물이 개발되지 않았고 오직 자연재료로만 음식을 했으니 색채부터 오묘하다.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들이 천연섬유보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채와 편의성으로 한동안 기세등등했었다. 식재료들도 인공적인 손길을 거친 공장제품들이 식품진열대를 채웠다.

  색동저고리은은하고 고상한 천연재료의 깊은 색감이 정조지 요리에는 살아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도행병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떡이 된 복숭아와 살구가 요란하지 않으면서 음식이 있는 곳의 분위기를 얼마나 살려 주는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실감했다. 좋은 색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계절, 제철의 개념도 가져야한다. 재료 선정에도 정성을 기울여야한다.

  복원작업은 우리 것이었지만 편리함에 밀려 낯설어졌던 아름다운 음식들을 되살리는 일이다. 단조롭고 원색적인 색이 아닌 깊이있고 전통이 느껴지는 우리 고유의 색에 편안함이 느껴진다. 가을이 깊어간다. 다시 책장을 넘겨본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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