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보양식1 – 꽃게

들녘에 나가보면 눈에 띄게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가을이 오면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서 면역력이 저하된다. 비염환자에게는 고통의 계절이요 피부도 급격한 온도변화로 각질이 생겨 거칠어지기 쉽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사람들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찾게 된다. 가을에는 무엇을 먹어야 여름동안 지친 몸을 보할 수 있을까?

  꽃게 19세기의 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의 섭생편에는 가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게를 꼽았다. 게는 예로부터 중국의 대문호들이 내황후(內黃候)’, ‘무장공자(無腸公子)’, ‘곽색(郭索)’이라 부르며 술자리의 으뜸안주로 꼽아왔다. 속에 부드러운 노란 게장이 차있고 창자가 없으며 다리가 많다하여 붙혀진 별명들이다. 게는 9월에서 10월 벼가 익을 무렵이 제철이다껍질도 얇고 속이 꽉 찼기 때문이다.

   정조지에 보면 게는 맛이 짜고 성질은 차며 약간의 독이 있다고 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는 독이 있고 서리가 내린 후에는 겨울잠을 자려고 하므로 맛이 좋다고 했다추모해(蝤蛑蟹), 팽기해(蟛蜞蟹), 옹검해(擁劍蟹) 등 게의 종류에 대해 말하고 이 게들 외에는 독이 있어 먹으면 안된다고 쓰고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조선식 꽃게탕인 '자해방(煮蟹方)'에는 독소제거 효과가 있는 생강, 자소엽, 귤피, 대파가 들어간다.

   꽃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으며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며 껍질에 든 키틴이 체내 지방 축척을 막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현대식으로 고춧가루를 넣고 끓이거나 쪄먹는 대신에 생강, 자소엽,귤피, 대파를 넣어 제독해 먹으면 몸에 더 이로울 것이다. 정조지를 통해 재료의 성질을 잘 알고 양념이나 향신료를 지헤롭게 이용하는 법을 다시금 알게 된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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