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이야기2

처음 복원 작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생각한게 있다. 지금은 우리 요리 대부분이 맵고 자극적이며 너무 달게 만든단 생각이 들었다. 물김치를 먹어봐도 시원한 맛보다는 뒷맛이 들적지근해서 밖에서 먹을 때 늘 찜찜했다. 음식들이 통각을 자극해서 마비된 혀에 맛조차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릇1   정조지 속의 음식들은 현대 조리법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금처럼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고춧가루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회향, 시라, 자소, 계피, 천초 같은 약이성 재료들을 사용했다. 주재료의 성질과 반대되는 약이성 재료를 써서 서로 보완이 되도록 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안에서 재료들끼리 서로 보완이 되고 먹는 사람에게 유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은 생채소를 많이 먹지만 채소는 찬 성질이 있다고 보고 이로 인한 소화장애나 복부팽만, 습을 막기 위해 향약재료를 향신료 겸 조미료로 썼다.

  그릇2조리법이 찌거나 소금물에 절구는 조리법이 많아 현대 요리들보다는 색이 은은해보인다. 천연 염색처럼 자연 재료로 빛깔을 내니 고상한게 음식들이 요란하지 않았다. 이런 음식들을 담기 위해서는 그릇선택까지도 요리의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맛이 담백하고 재료 자체의 풍미를 잘 살린 음식들이 주인공이 되게 백자 위주로 고르기로 마음먹었다. 청자류는 자체로 고전미가 강해 음식을 담기에는 화려하다. 백색이 주는 깔끔함과 무엇을 담아도 다 받아내는 무색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풍만한 달항아리도 보고 만드시는 선생님 말씀도 듣는다. 서유구 선생 말씀대로 기이함을 뽐내거나 재료가 요란한 것은 정조지에 실지 않았음으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백자가 선생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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