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과 정조지

왕궁리5층석탑정조지 관련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서유구 선생의 철학을 읽어 보았다. 살고 있는 현실과 환경,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먹으면 되고 절대불변의 역작도, 명요리사도 없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보면 우리가 흔히 정확한 양을 재서 레시피대로 해보는게 원칙이다. 익숙한 요리는 굳이 계량하지 않고 감으로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보면 연세 있으신 분들 중에 어쩌면 저렇게 요리를 쉽게 하실까 하는 분들이 있다. 굳이 양을 재지도 않고 척척 넣고 집으신는데 신기하게 감칠맛이 난다. “어쩜 그렇게 맛을 잘 내세요? 무슨 비법이 있으세요?”하면 "그냥 어려서 어른들 하는거 어깨 너머로 봤어. ? 그냥 짐작대로 넣지."하신다.

  정조지에 있는 요리들은 현대 요리와 많이 다르다. 향신료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르다. 음식은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맛의 기호도에 의해 자연스레 전달된다. 또 똑같이 배워도 각자의 입맛과 건강, 눈썰미, 성의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주거환경과 사회변화에도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왕궁리5층석탑2몸에 배어 익숙한 것들을 굳이 기록하지 않는 습성까지 더해 요리에 관한 고조리서들이 다양하지않다. 이런 낯설음을 메우는 근거를 생각해보고 현대보다 더 나은 조리법이 뭔지, 현대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본다.

   멀지 않은 곳에 익산 왕궁리 백제시대 오층 석탑이 서 있다. 달리는 차 속에서 오며가며 스치는 탑은 무언가 어색해 보였다. 아무 돋보임 장치 없이 허허벌판에 서 있는게 낯설게만 보였다. 너무 익숙하고 늘 있어서 신경 안쓴 이 탑이 요리 복원에 몰두하면서 새롭게 다가왔다정확한 비례와 양감이 감동을 준다. 해질녁 벌판위 석탑은 묵묵히 정조지를 집필하며 백성들을 생각하던 선생의 따스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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