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첫번째 재료 -물

  모든 요리에서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한 재료가 뭘까?   정조지의 맨 첫머리는 놀랍게도 물에 대한 총론과 종류로 시작된다. 사람을 기르는 것은 물과 곡식이며 물이 가버리면 영혈이 흩어진다고 했다. 물이 경락에 들어가야 피가 이루어지며 사람의 체형과 수명의 차이가 있는 것도 지역마다 물과 흙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봤다.

물1  물은 고인물과 흐르는 물, 솟는 물, 빗물 등이 있는데 어떤 물이 사람에게 이로운지 소상하게 적고 있다. 대체로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지맥으로 부터 온 것을 최고로 친다. 비가 와서 우물물이 혼탁해지면 정수하는 법까지 나와 있다. 복숭아와 살구씨를 갈아서 즙을 내어 물 속에 넣고 고루 저어주면 혼탁한 것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정수기가 없던 시절 복숭아와 살구씨가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을 알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야자나무를 태워 만든 야자 활성탄도 같은 작용을 하는데 어떤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식물의 씨앗을 이용한 정수법이 참 지혜롭다.

음지에 흐르는 샘이나 못안에 고인물, 모래사장의 물, 두 산 사이의 물, 온천수는 마시지 말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석회수를 평생 마신 결과 할머니들의 발목이 코끼리처럼 두껍다. 몸에서 배설되지 못한 석회일부가 발목을 두껍게 만든다고 한다. 물은 이렇게 사람 몸에 혹을 만들기도 하고 독을 씻어 내려와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고 적고 있다.

옥석과 아름다운 풀이 있는 경우는 물이 좋으며 유혈수라 하여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 나오는 물을 최고로 쳤다. 빗물 중에 매우(매화비)는 사물에 검은 곰팡이가 슬게 한다고도 했다. 비의 종류까지도 세심하게 분류하고 명명해서 성질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여름 얼음을 언급하며 음식에 섞어 차가운 기운만 잠시 취할 것을 권한다. 아무리 좋은 물도 차게 해서 오래먹으면 몸에 병이 생긴다고 했다. 물의 온도가 미치는 영향까지 언급해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의 찬물을 마시는 현대인들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

좋은 요리의 맛은 좋은 물로 부터 출발한다. 정조지 음식재료 첫번째 물이야기는 새롭고 요리의 기본을 생각하게 만든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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