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잎 나물 ‘남초초’

순창객사정조지  요리 복원을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도시가 생겼다. 전라북도 안에서도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순창이 그곳이다.

순창은 서유구 선생이 34살 되던 1797년  군수로 부임한 곳이다. 경화세족으로 서울에서 반가의 음식을 먹으며 관료로서 일반 농민의 삶을 겪을 기회가 없던 선생은 순창 에서 큰 충격을 받는다.

산골오지 순창 농민들의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 오랜 가뭄과 기근, 벼슬아치들의 횡포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며 선생은 삶의 방향을 잡는다. 농사의 중요성과 기근을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방안들을 적극 모색하게 된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순창에서 선생의 안타까운 마음과 애민정신을 느끼며 벅찬 마음을 느꼈다. 산중이긴 하지만 강원도처럼 산세가 험하지 않고 둥글둥글 정답게 보였다.

순창고추1 얼마전 순창에서의 복원요리를 상의하다 고추잎 나물 '남초초'를 떠올렸다. 고추잎이야 연구소 주변 밭에도 심어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시들시들 잎이 윤기도 없고 쭉정이처럼 모양도 바르지 못했다.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나가는 중에 엄청난 농약을 살포하는 현장을 보게 됐다. 하얀 농약을 잔뜩 쓴 고춧잎을 쓸 수는 없다. 이른 새벽 동트기 전 순창에 가기로 했다.

비 내리는 순창에서 빛깔 좋고 건강한 고추잎을 발견했다. 조그만 수퍼 옆 길가 밭에 빛깔이 깊고 잎맥이 선명한 고추잎이 있었다. 너무 기뻐 주인의 허락을 받고 고추잎과 청홍고추 고추꽃을 땄다. 만져보니 두텁고 탄력있어 나물을 해도 볼품있어 보일 것이다.

순창고추2  순창의 오염되지 않고 비옥한 토질이 농작물 생육에는 최적의 환경인거 같다. 멀게만 느껴졌던 순창이 보물 창고처럼 느껴졌다. 모두들 고추잎 구하는 일에 내 일처럼 전화해주고 우리 고춧잎이 음식 사진에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준다.

나름 복원과정 자체에서 선생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하는 연구소 식구들에게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군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큰 힘이 되는 하루였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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