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병 이야기

도행병은 복숭아와 살구를 쌀가루에 버무리고 콩을 삶아 꿀에 버무려 소를 만든 떡이다. 주재료가 되는 복숭아는 여성, 아기를 상징하는 과일로 비타민A와 C가 풍부해 피부 노화예방과 피부 미용에 좋다.

복숭아는 과육 대부분이 수분으로 갈증해소에도 좋을 뿐만아니라 특유의 펙틴 성분 때문에 잼을 만들어도 좋다. 또한 우리 귀에 익숙한 아스파라긴산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와 니코틴제거에도 효능이 있다. 그야말로 피부와 장에 좋은 해독,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노화예방 과일이다.또한 복숭아의  풍부한 유기산 성분은 혈액순환을 돕고 산성화된 체질을 완화시켜 신경을 안정시켜준다.

살구는 예로부터 우리네 여인들이 사랑했던 과일이다. 달콤한 과육은 먹고 떨떠름한 맛이 있는 씨앗은 갈아서 피부 미백제로 썼다. 살구 역시 비타민A가 많아 눈에 좋고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아 혈관을 틑튼하게 해준다. 과육의 붉은 색에 있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배출해준다. 비타민C도 풍부해 피부탄력과 주름개선에 좋다.

소로 들어가는 노란콩 역시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여성호르몬의 대표적 식품이다. 꿀 역시 풍부한 미네랄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 항산화 식품이다. 사람 몸에 해가 없고 달콤하며 여러 가지 맛을 조화롭게 버무려 낸다.

도행병1이천년전에 살았던 클레오파트라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고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단숨에 남성들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살구를 사랑했다. 살구의 과육은 먹고 살구씨는 빻아서 자신의 검은 피부를 미백하는데 썼다. 그 결과 보드랍고 백랍처럼 흰 피부를 가지게 돼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룰 수 있었다. 동양에서도 살구는 건강장수 식품으로 인정 받았으니 건강과 미를 다 잡고 싶은 사람에게 살구는 꼭 필요하다.

도행병에 필요한 삼총사가 준비됐다. 따로따로 준비하느라 담긴 그릇도 제각각이다. 뽀얀 속살을 들어낸게 복숭아요, 옅은 오렌지 컬러가 도는게 살구다. 보슬거리는 노란 가루는 소로 들 어갈 꿀 입은 콩가루다. 그 곁에 목기 접시위에 길게 있는 반죽은 시루본이다. 애써서 준비한 가루들이 잘 쪄지게 설익는 불상사가 없도록 해줄 든든한 지원군이다.

화력 좋은 버너에 시루를 올려 20분이 지나자 떡 익는 냄새가 연구실에 가득하다. 새콤하고 시큼한 향이 뜨거운 수증기에 실려 혀 밑 침샘을 자극한다. 문득 더위로 떨어진 입맛이 돌아온다. 이 살구의 향 때문에 연구소 안에 활력이 돌며 기대감이 교차한다. 머리 속이 아니라 코로, 입안에 가득 고이는 침으로 인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멋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행병을 준비하는 과정 내내 복숭아와 살구의 향이 함께했다. 서유구 선생이 왜 농익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와 살구를 선택하라 했는지 이해가 됐다. 남들은 청과시장에서 다들 조금 덜 숙성된 복숭아와 살구를 찾는데 우리는 계속 잘 익은 것만을 찾으니 도리어 없다고 하는 곳도 많았다. 농익은 과일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매하지 않는다. 여러 곳을 다닌 끝에 우리 뜻을 금방 이해하고 가끔 연세있으신 할머니들을 위해 남겨논 농익은 복숭아가 있다며 시원스레 할인된 가격에 원하던 복숭아를 꺼내주신다. 그러면서 농익은 과일이 더 영양가치도 있고 부드러워 소화도 잘된다고 하신다.

 

도행병2이렇게 가져온 복숭아와 살구는 껍질도 잘 벗겨지고 물도 많아 씨와 분리도 잘돼 과육의 손실도 거의 없었다. 색이 변질 될까봐 빠르게 손을 놀리며 복숭아와 살구의 시큼 달콤한 향이 도행병의 매력임을 알게 됐다. 살구가 복숭아보다는 더 시큼해서 혹시 살짝 쉰게 아닐까하고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천연의 살구향이 복합적인 것을 직접 다뤄보고 알게돼 안심했다.물을 줘가며 완성된 떡은 촉촉한게 은은한 색감으로 우리를 또 기쁘게 했다. 한 입 먹어보니 복숭아의 달큼함 살구의 시큼 들큼한 맛 콩알갱이의 오돌오돌한 맛과 꿀의 감미로움이 잘 조화를 이룬다.

너무 요란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상한게 인공색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계절의 진미를 도행병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자꾸만 입에 침이 고이고 손이 가서 순식간에 밥을 먹지 않아도 될만큼 먹었다. 입맛없는 아침에 대용식으로 먹어도 소화가 잘될 거 같다. 서유구 선생 말씀대로 가루로 마련해 두었다가 겨울 혹은 내가 원하는 곳, 장소에서 꺼내 쪄 먹으면 여름의 정취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살구 특유의 향 때문에 가루를 말리는 과정에서 원치않는 불청객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둥이라는 벌레인데 둥글고 작은 날개달린 벌레가 날아온다. 반드시 망을 덮고 말려야한다. 복숭아는 향이 은은해서 그런지 둥이가 오지 않았다. 작은 차이지만 벌레들도 선호하는게 있어 자신의 입맛에 맞춰 온다는게 재밌었다. 뜨거운 햇볕을 받고 자란복숭아와 살구로 만든 도행병 햇볕과 바람을 담아 목기 접시 위에 은은하게 담겨있다. 여자의 마음을 닮은 도행병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마침 근처에 레몬향의 꽃이 피어 몇 송이 땄는데 도행병 위에 뿌려 보았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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