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왔다!

백김치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생겨 계절에 상관없이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래도 첫서리가 내리고 흰눈이 내릴 무렵 추위를 참아가며 담가 항아리에 담근 김치를 따를 수는 없다. 따뜻한 실내에서 손쉽게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꺼내먹는 김치도 물론 맛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 눈 덮힌 항아리 뚜껑을 열고 꺼낸 김장김치의 맛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빨갛게 고추가루가 들어간 김치도 맛있지만 무우나 배추를 반이나 통으로 넣어 간단하지만 시원하게 담근 물김치는 겨울 공기의 알싸한 추위가 녹아들은 듯 머리 속까지 찡하다.

무우나 배추가 소금물 밖으로 떠오르면 공기와 접촉해 맛이 덜 들고 미생물의 번식도 쉽다. 이걸 방지하기위해 뒤란에서 자라는 푸른 대나무 가지를 꺽어 위를 덮는다. 나중에 뚜껑을 열때 숙성한 김치 국물에  시원한 맛으로 청량감도 더하고 시각적으로 운치가 있으니 편리함만 따지는 현대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멋이다. 댓잎을 제치면 맑은 국물에 얼굴이 비친다.

정조지에 나복저방과 숭저방을 담가보자. 나복저방은 손가락 2~3개 크기의 어린 무를 껍질과 잎을 떼내고 항아리에 담는다. 감천수를 끓여 식혀서 소금물을 만들고 가라앉혀 윗물만 따라 쓰고 항아리를 얼지 않게 볏짚으로 싸서 묻는다. 오이, 가지, 송이버섯, 생강, 녹각채, 천초, 홍고추를 넣어 같이 익히면 좋다. 숭저방도 마찬가지로 첫서리가 내린 후 거둔 배추를 항아리에 담고 끓여 식힌 물에 소금을 녹혀 윗물을 부어 담고 나복저방과 같이 담는다. 늦게 수확한 무나 배추는 살짝 얼며 녹는 것을 반복해 조직이  단단하고 맜있다. 모든 과실과 채소는 늦게 수확해야 단맛이 들고 조직이 여물어 맛있다. 양념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물김치를 담가 청량음료처럼 마셔보자. 천연 소화제가 따로 없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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