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지(鼎俎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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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지(鼎俎志)」는 음식 요리 백과사전으로 7권 4책, 총 128,830자로 이루어졌고 『임원경제지』 전체에서 5.1%를 차지한다.

정조지

‘정조鼎俎’는 ‘솥과 도마’를 가리킨다. 풍석은 정과 조를 요리도구로 제시하면서도 제기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요리의 도구가 희생 제물을 담던 제기였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정조의 세계를 다른 차원으로 밀어 올린다. 「정조지」는 음식의 재료, 조리법, 효능 및 금기 등을 다룬다. 11개의 대제목을 두고 먹을거리의 가공을 통해 인간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려 했다.

그는 동아시아 삼국의 수많은 요리 재료와 갖가지 요리들을 우리 형편에 맞게 정리한다. <음식 재료 요점 정리(食鑑撮要)>에서는 식재료를 물, 곡류, 육류, 어류 등으로 나누어 본초학적 특성을 밝혀 요리에 참고하도록 했다. <익히거나 찌는 음식(炊餾之類)>에서는 밥과 떡에 대하여, <달이거나 고는 음식(煎熬之類)>에서는 죽과 조청과 엿에 대하여, <볶거나 가루내어 만든 음식(糗麵之類)>에서는 미숫가루와 국수·만두에 대하여 다루었다. <음료(飮淸之類)>에서는 탕·장·차·청량음료·달인 음료 등에 대하여, <과자(菓飣之類)>에서는 꿀과자 · 설탕과자 · 말린 과일 · 과일구이 · 약과자 · 점과 등에 대하여 다루었다. <채소 음식(咬筎之類)>에서는 김치와 같은 각종 저장성 높은 채소 요리 및 기타 다양한 채소 요리를 다루었다. <고기와 해산물(割烹之類)>에서는 주로 육류 · 조류 · 어류를 이용한 국 · 구이 · 회 · 포 · 초 · 기름 등에 대하여 다루었고, <조미료(味料之類)>에서는 소금 · 장 · 초 · 기름 등에 대하여 다루었다. <술(醞醅之類)>에서는 누룩과 술 빚기, 소주 내리기, 음주법 등 술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에 대하여, <절식(節食之類)>에서는 절기별 중요 세시 음식에 대하여 다루었다. 풍석이 설명하는 흰죽 쑤는 법을 읽다보면 정성 가득한 약을 만드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이런 죽을 먹으면 건강을 지키는 데 크게 위태롭지 않을 것이라 한다. 죽 외에도 지금은 해 먹을 줄 모르는 수많은 음식들이 풍석의 손을 통해 지면 위에 되살아난다.

「정조지」의 음식 이름은 그 음식의 재료나 조리과정을 알려준다. 채소가 들어간 국은 ‘갱羹’으로, 채소가 없는 국은 ‘확臛’으로 표기한다거나 불에 가까이 한 구이를 번燔이라 하고 불을 멀리한 구이를 자炙라고 한다거나 잘게 자른 고기를 회생膾生이라 하고 소금과 쌀을 이용해 생선살을 발효시키면 해醢라 한다. ‘장醬’과 식초로 음식의 독을 다스리는 이치에 대해 설명하고 술로 수명을 늘이고 병을 다스렸음을 알려준다. 풍석은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절식에 대해 소개하면서 「정조지」를 마치는데 일관되게 소박함과 검약함을 잃지 않은 음식들에 대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묘함을 뽐내고 재물을 낭비하여 산가山家에서 품위 있게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수록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정조지」는 2,303개의 기사로 이루어져 있고 인용문헌은 177종이다. 오사카본, 고려대본, 규장각본, 연세대본이 전한다. 규장각본은 7권 4책이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지만 권4 “채소음식”에서 오사카본과 상이한 부분이 상당히 발견되었다. 특히 오사카본에 있는 자잡채煮煠菜 · 외증채煨烝菜 · 유전채油煎菜 · 소채酥菜 전체가 규장각본과 고려대본에서는 모두 누락되었으며 권6 “술” 3쪽이 누락되어 있다. 수정이나 산삭 표시도 없이 「정조지 목차」에 잡혀 있는 부분이 누락된 이유에 대해 자세히 밝혀진 것은 없으나 어떤 착오에 의해 빠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사카본은 편집 지시가 매우 많으며 그 지시들이 반영된 결과물이 규장각본과 고려대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사카본은 정리되기 전의 원고라서 어떻게 정리본으로 교정 지시가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편집 지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권1에 청나라 석성금의 『석씨식감본초』를 인용하여 나중에 추가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많다는 점이다. 고려대본은 7권 4책 가운데 2책(3·4권)과 4책(7권)만 남아 있다. 필사 용지에 자연경실장 기록이 선명하며 규장각본과 동일한 체계를 따르고 있다. 연세대본은 7권 4책이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으며 오사카본의 편집 지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규장각본과 고려대본에서 누락된 권4 “채소 음식”의 자잡채 · 외증채 · 소채 부분이 수록되어 있다.

177종의 인용문헌 가운데 100회 이상 인용된 서적은 『증보산림경제』, 『본초강목』, 『거가필용』, 『명의별록』, 『옹희잡지』, 『식료본초』등이고 50회 이상 인용된 서적은『군방보』와 『식물본초』등이다. 「정조지」 전체에서 조선 문헌이 차지하는 비율은 37.4%이며 나머지는 중국과 일본 문헌이 차지한다. 「정조지」는 이전까지의 요리서가 가지고 있던 이론적 배경의 부실함을 보완해주는 탄탄한 이론적 틀을 담고 있다. 그 틀은 대부분 풍석의 저작인 『옹희잡지』에서 왔다. 각 요리의 총론 부분에서 『옹희잡지』가 보여주는 서술 방식은 고전에서 해당 음식의 문헌적 근거를 확인하고 『설문해자』 등의 자서류를 통해서 요리명의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평가를 포함시킨 경우도 있다. 『옹희잡지』는 「정조지」의 뼈대를 제공한 핵심 인용서적이다.

『음식디미방』은 안동 지역의 146가지 음식만을 한글로 설명한 책이고 『규합총서』는 방대한 범위를 다루지만 밥과 죽에 대해서는 소략한 설명을 남겼다. 이에 비해 「정조지」는 밥과 죽부터 영양식까지 폭넓게 다루는데 이는 저자가 밥과 죽을 처음 해 본 남성이라서가 아니라 『임원경제지』가 쉽고 비근한 내용도 전문적인 영역으로 끌어 들여 서술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상식 수준의 요리조차 학술적으로 설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 서명응이 모친 곁에서 요리를 담당했고 풍석의 어머니는 이름난 요리사였으며 풍석 역시 몸소 어머니의 끼니를 봉양했기에 「정조지」에 정리된 음식은 풍석이 실제로 만들어 보고 기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