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지(佃漁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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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지(佃漁志)」는 목축 · 양어 · 양봉 · 사냥 · 어로 백과사전으로 4권 2책, 총 88,433자로 3.5%의 분량을 차지한다.

전어지

‘전어佃漁’는 사냥과 어로를 의미한다. 이 외에 목축과 양어, 양봉을 다루는데 이 두 영역은 다른 일이라고 구별하면서 함께 편집한 의도를 설명한다. 이 두 영역은 네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군대유지요 둘째는 놀이요 셋째는 재산 증식의 수단이요 넷째는 봉양이다. 따라서 ‘전어’가 생계에 가장 유효하기에 편찬한다고 밝혔다. 「전어지」는 『우해이어보』, 『자산어보』와 함께 조선의 3대 어류 전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아는 동물 대부분을 다루고 있어 ‘동물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다만 객관적인 동물의 모습을 담았다기보다는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섭생의 대상으로 다룬, 기존의 백과사전과 다른 동아시아식 백과사전이다.

권1과 2는 <목축 · 양어 · 양봉>이고 권3은 <사냥>과 <고기잡이>, 권4는 <물고기 이름 고찰>이다. 권1에서는 목축 총론과 말 기르는 법을 다룬다. 말 사육법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발달했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 서적에서 정보를 취하고 있다. 『마경馬經』은 거의 전문이 「전어지」에 반영되었다. 권2에는 말을 제외한 모든 가축과 물고기와 벌이 등장한다. 가축 가운데 농우農牛에 할애한 분량이 많다. 권2에서 서유구 자신의 가축 사육법인 ‘땅광에서 기르는 법’을 언급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고기”조에서는 양어가 생계를 꾸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 다음으로 양이 많다. “꿀벌”에서는 벌의 습성을 파악하고 양봉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없애는 데 필요한 정보를 집약하고 있다. 권3은 <사냥>과 <고기잡이> 방법을 총망라한다. “매와 사냥개” 길들이는 법부터 총과 활, 그물과 함정을 준비하는 법, 어구를 준비하고 낚시하고, 작살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서유구의 『난호어목지』가 많이 인용되는데 설명만으로도 복원이 가능할 만큼 자세하다. 권4는 <물고기 이름 고찰>이 제목이다. 132종의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에 대해 설명한다. 명칭 고증, 오류 수정, 명칭의 유래, 생김새, 크기, 습성, 서식처, 주요 산지 및 나는 때, 이동 경로, 맛, 잡는 법, 용도, 효능, 선호도, 가공법, 운송로, 판로 등 어류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다. 관찰과 탐방, 명칭 고증을 위한 문헌 고증까지 치밀하게 수행한 저작물이다. 『자산어보』에서 다루지 않은 어구의 제작법과 이용법도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풍석이 서술한 “준치”조는 『임원경제지』 저술과정에서 그가 얼마만큼 투철한 고증과 검증, 분석과 비교 행위를 직접 수행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어 준다. 「전어지」는 국어학자들에게 귀중한 연구 소재를 제공한다. 「전어지」를 편집하던 몇 년 동안에 일어난 우리말의 변화를 권4 <물고기 이름 고찰> 부분에서 여러 가지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파주 장단에서 물고기 잡고 농사짓던 시기에 풍석은 한편으로는 『행포지』와 『난호어목지』를 짓고 한편으로는 『임원경제지』를 편집한다. 생업에 몰두하며 주경야독한 결과 조선 어류학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전어지」는 오사카본, 고려대본, 규장각본에 모든 권이 남아 있다. 고려대본과 규장각본은 일반적으로 지적한 사항과 같아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오사카본은 교정한 흔적이 세 군데 정도만 있어 초고에서 이미 상당히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초고 상태가 완정하게 된 데에는 『난호어목지』가 일찍이 장단의 귀농기에 저술되었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생각된다. 초고가 잘 정리된 덕에 오사카본은 아예 원문 전체를 ‘자연경실장’ 괘지에 오려 붙여 만들었다. 오사카 본에서 아쉬운 점은 권4 <물고기 이름 고찰> “바닷물고기” ‘비늘 없는 종류’의 첫 부분부터 네 장(8면)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락 부분은 고려대본과 규장각본에 남아 있다. 80종의 인용문헌 가운데 『난호어목지』를 비롯해 자신의 저술로 「전어지」전체의 47.7%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