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지(魏鮮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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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지(魏鮮志)」는 기상천문 예측서로 4권 2책, 총 94,696자로 『임원경제지』에서 3.7%를 차지한다.

위선지

풍석은 「위선지」를 『임원경제지』에서 여섯 번 째 위치에 두어 일곱 번째인 「전어지」 서술 이전에 기후를 보고서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는 법을 배치했다. ‘위선魏鮮’은 중국의 ‘위선’의 행적을 보고 배우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위선은 한漢나라의 천문가로 일 년이 시작하는 날의 천문 기상을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한다. 「위선지」전체는 농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고리가 있는 기상현상, 천문현상, 동식물이 보여주는 자연현상 등을 통해 앞으로 닥쳐올 농사일을 점치고 예측하는 내용을 싣고 있다. 풍석은 중국 고대의 천문서와 농서를 비롯해 경서, 사서, 유서, 점서, 병서, 민간 자료 등을 모아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내용만을 선별해 편집했다. 그는 농가에 도움이 될 만한 기상과 천문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일 년의 예측>과 <비와 바람의 예측>으로 대제목을 나누고 그 아래 61개의 소제목을 두었다. 서유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안설은 「위선지」전체에 걸쳐 69건이 실려 있다.

권1에서는 매달 기상과 천문현상이 농사 풍흉에 미치는 상응관계를 설명한다. 「위선지」에 있는 “3일에 갑자 천간이 들어가 있으면 그해의 수확은 상급이다.”라는 문장은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당시의 세계관과 언어관, 역법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번역자들의 깨달음을 낳았고 독자에겐 오행이론을 따로 배워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할 것이다. 권2는 하늘, 땅, 해, 달, 바람, 비, 구름 등의 천문 기상 현상과 초목, 곡식, 금수, 곤충 등의 자연현상을 통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3은 주로 ‘별로 점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권4는 권2와 비슷한 차례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지와 달리 「위선지」의 특이한 점은 서유구 저술 이외에 인용한 조선 문헌이 단 4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조선 문헌에서는 이 지와 연관된 내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위선지」전체에서 11.5%는 서유구 자신의 책인 「금화경독기」와 「행포지」, 「운기입식運氣入式」등을 인용해 스스로 서술한 내용과 『농사직설』, 『어우야담』, 『문견방』, 『북정일기』등의 조선문헌을 인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국 문헌을 인용해 편집했다. 「위선지」는 규장각본, 고려대본, 오사카본이 전한다. 고려대본은 권1에서 권4까지 「위선지」 전체 2책이 남아 있는 유일본이다. 오사카본은 권1과 2를 묶은 전반부 1책만 남아 있다. 규장각본은 권3과 4의 후반부 1책만 남아 있다. 현재 통용되는 보경문화사의 규장각본 영인본의 「위선지」 권1과 2는 고려대본을 빌려다 영인한 것이다. 오사카본에는 편집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총11차례에 걸쳐 47글자의 두주가 기록되었다. 그 두주에는 차후 인용문헌의 저자를 확정하기 위해 저자명을 부기한 사례가 3군데, 오탈자나 빠진 글자가 있음을 염려하여 남겨 놓은 부기가 8군데 있다. 그 오탈자의 상당수는 현재 고적에 남아 있어서 확인이 가능한 『전가오행』, 『탐춘역기』, 『군방보』 등과 대조해 보면 서유구가 보았던 당대 판본과 이 책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위선지」는 162종을 인용해 편집했다. 『무비지武備志』와 『군방보』를 340여회 이상 인용했고 『관규집요』, 『전가오행』이 그 다음으로 자주 인용한다. 『무비지』는 명 말기 모원의(矛元儀, 1594~1644)가 편찬한 240권 체제의 병법 무예서이다. 이 책의 「점도재占度載」의 내용과 체제를 따와 「위선지」의 내용과 체제를 마련했다. 「군방보」는 명의 왕상진(王象晋, 1561~1653)이 유서類書로 총 30권이며 약 400여종에 달하는 곡식, 과일, 채소, 나무, 꽃, 차 등의 목록과 함께 이 작물들의 특성 및 약효, 재배, 원예, 병충해 처리, 파종 방법 등을 수록한 책이다. 풍석은 이 책을 『임원경제지』에서 62회 인용하며 중요하게 다루었다. 『전가오행』 역시 마찬가지 중국 문헌으로 서유구가 164회 인용한 문헌이며 농업 기상에 관한 점후서로 유명하다. 『전가오행』의 체제와 「위선지」의 체제 역시 비슷한 점이 있다. 상중하 3권으로 나누어 상권은 정월에서 12월까지, 중권은 천문, 지리, 초목, 새와 짐승, 비늘 있는 물고기 분류로, 하권은 삼순三旬, 육갑六甲, 기후, 연길涓吉, 상서祥瑞분류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부분이 「위선지」로 들어와 있고 원문 전체를 옮겨 싣기도 했다. 「위선지」는 오행과 운기, 일진 등에 대한 개념사적 연구, 나아가 천문 기상, 자연현상과 농사 풍흉의 상관관계에 대한 역사적 통계 자료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조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