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휴지(灌畦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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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휴지(灌畦志)」는 채소·약초 농사 백과사전이다. 4권 2책, 총 40,693자, 16지 가운데 1.6%를 차지하여 분량이 가장 적다.

관휴지

‘관휴灌畦’는 ‘휴전에 물을 댄다’는 뜻이다. 휴전은 풍석이 생각할 때 채소·약초 농사를 짓는 밭의 기본 구조를 의미한다. ‘휴’를 이랑, 두둑, 고랑으로 옮겼는데 의미가 통하지 않아 ‘두렁밭’으로 풀었다. 풍석은 채소 재배법으로 ‘구종법區種法’과 ‘휴종법畦種法’을 소개한다. 구덩이에 재배하는 법과 두렁밭에 재배하는 법으로 간추릴 수 있다. 구종법은 지금도 오이 호박 같은 넝쿨 채소를 키울 때 쓰이지만 휴종법은 당시에도 지금도 쓰이지 않는 재배법이다. 휴전은 밭을 6척마다 두렁으로 두르고 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 두렁위에 앉아 김을 매도록 만든 중국식 밭이다. 중국 농서를 검토해 찾아 낸 농법으로 조선에서 꼭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휴지에서 서유구는 육식은 “하늘이 준 본성을 거역하고 계교를” 써서 동물을 잡아먹는 일이고 “채식이 바로 하늘이 준 순리의 도리”이므로 채소나 약초를 키워 먹으라고 권한다.

「관휴지」권1에서는 이 같은 두렁밭 만들기와 함께 구덩이 밭 만들기를 설명하고, 이어서 심고 재배하기, 거름주기, 보관하기에 대한 총론을 서술하고 있다.

각론으로 구성된 제2~4권에 아욱·파·부추·생강·배추·무 등 채소류 33종과 구기자나물·콩나물·냉이·소루쟁이·씀바귀 등 나물류 55종이, 제2권에 김·미역·다시마·청각·매생이 등 바다채소 13종이, 제3권에 오이·호박·박·가지·토란 등 풀열매류 8종이, 제4권에 인삼·둥굴레·맥문동·더덕 등 약초 20종이 소개되어 있다. 개람芥藍 같은 작물은 조선에 나지 않기 때문에 손질해서 재배해야 한다는, 중국 작물의 도입에 대한 언급도 보인다. 각론의 내용에는 이름과 품종, 알맞은 토양, 파종시기, 파종과 가꾸기, 거름주기, 거두기, 보관하기, 종자 보관하기, 쓰임새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뒤에 이어지는 「예원지」 · 「만학지」의 각 작물에 대한 일반적인 표제어이기도 하다. 이름과 품종을 앞세워서 특정 단어가 특정 사물을 지시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는 점은 풍석에게 ‘명물학名物學’ 차원에서의 문제의식이 확고함을 보여준다. 배추는 구종법과 휴종법 외에 견종법으로 심도록 권한다. 두둑과 고랑을 만든 뒤 고랑에 재배하라는 것. 열종법은 가지 재배법으로 두둑을 높게 만들어 구덩이를 판 뒤 여기에 거름을 주어 재배하는 법이다. 둥구미를 만들어 가지를 재배하는 법도 알려주고 새로 도입된 작물인 고추재배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은 물을 뿌려주지 않고 물에 담가 놓고 매일 물을 갈아주거나 거적에 물기를 머금게 한 뒤 그곳에 놓고 기르거나 축축한 모래를 자기그릇에 넣고 창고에 보관하여 기르라고 한다. 요즘은 먹지 않는 나물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약초처럼 여기는 식물들이다. 울타리 만드는 법, 구기자나무, 오가피 나무, 회화나무, 잇꽃(홍화), 부들, 갈대, 참외 재배법에 대해서는 「만학지」를 참고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어 교차 색인의 역할을 볼 수 있다.

「관휴지」는 총 4권으로 76종의 문헌을 인용해서 정리했다. 특히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6종의 해초류를 인용해 설명하면서도 물고기에 대해서는 『임원경제지』 안의 「전어지」에서 인용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관휴지」는 4종의 필사본이 현존하며 다만 국립도서관본은 1책(제1·2권)만 전한다. 많은 부분, 이 책의 편집은 『왕씨농서』를 참조한 후에 이루어졌다. 서유구는 애초에 『왕씨농서』보다 300년 뒤에 저술된 『농정전서』에서 『왕씨농서』를 비롯한 여러 농서를 인용했으나, 뒤에 『왕씨농서』원본과 대조한 결과 여러 교정 사항이 생겼음을 「관휴지」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관휴지」에서 30회 이상으로 인용된 서적은 『본초강목』, 『증보산림경제』, 『제민요술』, 『왕씨농서』, 『농정전서』, 『산거록』, 『행포지』, 『군방보』 등이다. 「관휴지」전체에서 서유구 저술 이외의 조선 문헌은 9.2%의 비율을 차지하고 서유구 저술을 포함하면 23.6%에 이른다. 또 『본초강목』·『제민요술』·『왕씨농서』·『농정전서』 등 중국 문헌과 『증보산림경제』·『행포지』·『해동농서』 등 조선 문헌에 들어 있는 채소·약초 관련 정보를 한곳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