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번계시고》 출간

작성자
풍석문화재단
작성일
2018-08-20 17:17
조회
1129

《번계시고》는 풍석 서유구의 시가 수록된 유일한 시집으로, 그가 노년에 번계에서 여생을 보내며 열었던 시회에서 주고받은 시를 수합한 것이다. 무술, 경자, 기해 총 3편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서유구가 지은 248편의 시를 정리하여《번계시고》를 처음 발굴하고 연구한 역자 조창록이 번역하고 해설과 주석을 달았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율시, 고시, 가행 등 그 형식이 매우 다양하고, 내용은 자신의 감회를 읊은 것부터 실용 사상, 특히 농학에 관련된 내용까지 적고 있어 서유구의 실학자, 농학자적 면모를 두루 살펴 볼 수 있는 책이다.

농학자로서의 풍모

서유구는 경화사족으로서 매우 풍족한 성장 과장을 보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였다. 그러한 고민에 대한 결과물은 그의 역대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경제지》와 《종저보》 등에 잘 구현되어 있지만 시집인 《번계시고》에도 그 고민이 잘 나타나있다. 이 책의 「무술년(1838) 여름 한발이 극심하였고…… 」와 「번계 산장에서 광동廣東의 함도醎稻를 담장 남쪽 논에 심고……」에서는 볍씨를 시험한 기록을 시로 적었고,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평생 고구마와 볍씨에 대해 연구한 서유구는 ‘고구마’와 ‘함도’를 소재로 하여 연작시를 남기기도 했다. 또 12월까지 절기별로 농사에 대한 기록을 시로 적은 「전가월령가」, 그 외에도 「종수가」, 「전가후월령가」 등의 시는 서유구의 농학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살펴볼 수 있다.

 

번계에서의 삶과 번계시회

서유구는 번계에서 여생을 보내며 후학들과 어울려 시회를 열곤 하였다. 이 시회에는 홍경모, 유본학, 홍현주와 같은 역사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여러 인물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번계시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육교 이조묵은 서유구의 가장 친한 벗이었다. 이 시회는 통해 후학들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을 것이다.

서유구는 벼슬을 하는 동안 번계에 자신과 가솔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왔다. 무술편에는 서유구가 임원에 거처를 마련한 기쁨을 읊은 시가 특히 많은데 자이열재, 거연정, 자연경실, 광여루, 오여루 등이 시어로 많이 등장한다. 기해편과 경자편에서는 임원의 일상, 농사와 관련된 일, 여타 사건과 감회 등을 읊은 시가 많다. 또 해마다 가을이면 주변의 승경을 유람한 기록을 시로 남겼다. 무술편에서는 수락산, 기해편에서는 북한산, 경자편에서는 배를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장면을 시로 읊었다.

이 책은 일평생 끊임없이 연구한 농학자로서의 서유구의 삶과 인간 서유구가 사랑했던 자연경을 이해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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