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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풍석학술대회 - 차경희 교수 발표문 요약

작성자
온유한
작성일
2014-06-13 15:31
조회
5481
 

한국음식사에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정조지(鼎俎志)」의 가치와 의미


 

 지난 5월 9일, (사)임원경제연구소와 한국고전번역원이 주관한 풍석서유구탄생25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 전주대학교 차경희 교수는

1. 머리말,

2. 현존하는 식생활관련 최다 기록 보유,

3. 한韓·중中·일日 동북아 3국 음식문화의 집대성,

4. 『옹치잡지饔饎雜志』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자료적 가치,

5. 조리서調理書의 분류 체계 정립,

6. 맺음말

의 순서로 한국전통음식문화사에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가 차지하는 의의와 가치에 대해 밝힙니다.

차교수가 보기에 「정조지」는 현존하는 식생활관련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고조리서(古調理書), 농수산구황서(農水産救荒書), 의서(醫書) 등을 활용해 식생활의 역사를 연구해 왔는데 『소문사설(謏聞事說)』, 『음식보(飮食譜)』, 『우음제방(禹飮諸方)』, 『(고려대)규곤요람』, 『술 빚는 법』, 『술 만드는 법』, 『간본규합총서(刊本閨閤叢書)』에 60여종의 조리법이 담겨 있고 『수운잡방(需雲雜方)』, 『음식디미방』, 『온주법(醞酒法)』, 『(윤씨)음식법(飮食法)』, 『주식시의(酒食是儀)』, 『주찬(酒饌)』에 100~150종 정도의 음식 조리법이 담겨 있으며 『산가요록(山家要錄)』, 『산림경제(山林經濟)』, 『고사신서(攷事新書)』,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 『해동농서(海東農書)』,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 170~230여종,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치선편과 『시의전서』에 400종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조지」에는 1,070여종의 조리법과 가공법이 기록되어 있으니 가장 많은 기록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문헌에는 술 빚기와 음식 만들기의 기본이 되는 장(醬) 담그기와 관련된 기록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식생활의 모든 영역을 자가(自家) 제조에 의존했던 당시, 계절을 맞추어 장(醬)과 식초를 담그고, 누룩을 디뎌 일 년을 대비해야 했답니다. 또 봄가을엔 나물거리를 말리고, 겨울을 대비하여 김장을 하였고 비수기를 위한 생선이나 과실의 갈무리도 저장시설이 용이치 않았던 시절의 큰 숙제였다고 합니다. 또 명절이나 잔치를 앞두고는 먼저 엿을 고와 떡이나 과줄의 바탕을 든든히 하였고, 계절과 용도 맞는 재료로 향기로운 술을 빚어야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답니다. 또 찬물류(饌物類)를 기록한 방식을 보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대한 조리법보다는 주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많아 빈례(賓禮)를 중시한 우리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의 기록을 음식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주식류가 14%, 찬물류가 29%, 떡류가 7%, 과정류가 10%, 음청류가 5%, 주류가 21%, 양념류가 14%인데 130여종의 술을 소개하고, 누룩을 만드는 법부터 술을 빚는 법, 술맛을 관리하는 법 등을 기록하였고 부록으로 약재가 들어간 63종의 약용주를 소개하였다. 하지만 다른 음식도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주식류는 밥, 죽, 국수, 만두, 떡국 등 곡물이 위주가 되는 음식인데 한국음식에서는 어떤 주식을 먹느냐에 따라 차려지는 반찬이 달라진다. 주식에 따라 반상차림, 죽상 차림, 면상차림, 떡국상차림 등으로 상차림을 나누기도 한답니다.

찬물류는 국 · 탕, 찌개, 전골, 찜이나 선, 구이나 전, 생채나 숙채, 조림, 볶음, 마른 찬, 순대, 족편, 젓갈, 김치와 장아찌 등 주식을 먹기 위한 반찬을 말합니다. 이들 반찬을 담는 그릇을 쟁첩이라 하며, 그 수에 따라 3첩 반상, 5첩 반상, 7첩 반상, 9첩 반상, 12첩 반상 등으로 나눕니다.

떡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백설기나 시루떡.송편.증편 같은 찐떡, 절편이나 인절미 · 단자와 같이 쪄서 안반에 친 후 만드는 친떡, 주악이나 화전처럼 기름에 지져서 익히는 지진떡, 경단처럼 뜨거운 물에 삶아내어 고물을 묻히는 삶은 떡 등이 있다고 합니다.

과정류는 우리나라 전통의 과자인데 한과류(韓菓類) 또는 조과류(造菓類)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유과류, 유밀과류, 과편류, 정과류, 다식류, 숙실과류 등이 있다고 합니다.

음청류는 마시는 차와 음료를 말하고 차, 식혜, 수정과, 화채, 갈수, 숙수 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술을 곡물로 빚는데 즉 쌀, 찹쌀, 수수, 조 등을 발효하여 빚는다고 합니다.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單釀酒), 이양주(二釀酒), 삼양주(三釀酒), 사양주(四釀酒) 등으로 분류한답니다. 양조주는 증류하여 소주(燒酒)를 만들기도 하고, 약재를 넣은 약용주(藥用酒), 유자나 꽃을 넣어 가향주(佳香酒)를 빚기도 한다고 합니다.

양념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와 식초, 엿, 젓갈 등을 담고, 발효된 양념의 맛이 조리의 기본이 되도록 하였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른 문헌에는 주식류에 대한 기록이 적고 특히 밥이 그러하고 여성이 저자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는데 아마도 밥은 일상의 음식이므로 문자화 과정에서도 중요도가 떨어졌던 것으로 판단되었던 것으로 본답니다. 그런데 「정조지」는 밥에 대한 기록이 충실해서 이는 저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밥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인식이 되었는지, 아니면 주식인 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유구는 실제로 눈앞에서 밥이 지어지듯 밥물 잡기, 솥, 불 조절 등 밥 짓는 방법을 상세히 서술하였다고 합니다 팥, 콩, 대추와 밤을 넣어 지은 잡곡반과 고(菰), 산복숭아(山桃), 황국(黃菊), 연근, 고구마, 죽실(竹實) 등의 부재료를 넣어 지은 밥을 9종, 소개하고 있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으로 「정조지」는 한韓 · 중中 · 일日 동북아 3국 음식문화를 집대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답니다.

「정조지」는 3국의 200여권의 문헌을 인용하면서 그 출처를 명확히 밝혔답니다. 인용된 내용은 다시 조선의 토양과 기후를 고려하여 재해석하여 조선의 실정에 맞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안(案) ’ 또는 ‘안어(按語)’를 붙여 서유구 자신의 의견을 꼼꼼히 기록하여 비교하였는데 이는 서유구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저술을 우리나라를 위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조지」 저술을 위해 가장 많이 인용된 문헌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이고 『본초강목(本草綱目)』과 『거가필용(居家必用)』, 『옹치잡지(饔饎雜志)』, 『식료본초(食療本草)』는 100회 이상, 『신농본초(神農本草)』, 『군방보(群芳譜)』, 『명의별록(名醫別錄)』, 『구선신은서(臞仙神隱書)』, 『준생팔전(遵生八牋)』, 『산가청공(山家淸供)』, 『식물본초(食物本草)』, 『중궤록(中饋錄)』, 『삼산방(三山方)』 는 50회 이상 인용하였다고 합니다.

인용문헌은 우리나라의 문헌에 비해 중국의 문헌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한(漢)나라의 문헌에서 부터 수(隨) · 당(唐) · 송(宋) · 원(元) · 명(明) · 청(淸)에 이르기까지 150여종이 넘을 만큼 방대하다고 합니다. 인용된 문헌은 『거가필용(居家必用)』 · 『구선신은서(臞仙神隱書)』 같은 식품조리서, 『건순세시기(乾淳歲時記)』 · 『세시잡기(歲時雜記)』와 같은 세시서(歲時書), 『고금의통(古今醫統)』 · 『도경본초(圖經本草)』 같은 의약학서, 『농정전서(農政全書)』 · 『왕정농서(王禎農書)』 같은 농서(農書), 『군방보(群芳譜)』 같은 유서류(類書類), 『사기(史記)』 · 『유양잡조(酉陽雜俎)』와 같은 인문서 등 장르 불문이라고 합니다. 『옹치잡지(饔饎雜志)』, 『행포지(杏浦志)』,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는 자신의 저술을 재인용한 도서목록이라고 합니다.

차교수는 인용도서 소개 뒤에 중국이나 일본의 문헌을 인용하다 보니 과연 「정조지」에 실린 음식과 조리법들이 당시 조선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던 것들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더라고 합니다. 그 예로 9장 미료지류에는 조리에 필요한 양념으로 소금, 장, 식초, 벌꿀, 술, 엿, 유락(油酪)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양념으로 우유나 가공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더구나 소젓을 비롯, 동물의 젓이 양념으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넉넉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요.

서유구는 『옹치잡지(饔饎雜志)』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를 중심으로 「정조지」를 찬술했다고 합니다. 「정조지」 11장의 대분류 중 1장인 ‘식감촬요’를 제외하고, 10장에 걸쳐 176회 인용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지금은 사라진 이 책의 전모를 「정조지」에서 살필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고 합니다.

사대부인 서유구가 단독의 요리책을 저술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차교수의 질문인데 서유구의 집안은 선조(宣祖) 이후 정조(正祖) 대까지 중앙핵심 관직에 진출한 경화세족(京華世族)이었고 특히 조부 서명응(徐命膺), 부친 서호수(徐浩修), 형수인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와 서유구(徐有榘)에 이르는 그 집안 3대가 남긴 문헌들은 조선의 식생활연구를 풍요롭게 한답니다. 할아버지 서명응은 영 · 정조대의 규장각 제학과 홍문관 대제학을 역임한 학자로 천문 · 지리 · 농업 ·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저술을 남겼고 서유구는 어려서부터 이런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숙부인 서형수(徐瀅修)와 오촌당숙인 이의준(李義駿)에게 명물학(名物學)과 성리학(性理學)을 배웠다고 전해지며 아버지 서호수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조지」에 서명응의 『고사신서(攷事新書)』 ·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은 인용되었으나, 부친 서호수의 『해동농서(海東農書)』는 인용문헌에 없기 때문이랍니다.

농학을 가학으로 삼았던 집안의 배경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이론적 정립을 도왔다면, 조리기술에 관해서는 음식솜씨가 빼어났던 어머니인 정부인(貞夫人) 한산(韓山) 이씨(李氏) 아들 우보(宇輔)가 5살일 때 상처(喪妻)를 해 직접 식사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점, 형수 빙허각 이씨가 『규합총서(閨閤叢書)』를 저술한 것도 「정조지」 저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조리서(調理書)들은 항목들을 분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는데 분류를 한 경우를 보면 그 기준이 음식의 종류, 조리법, 재료가 되는 식품군에 두었고 기준 자체가 혼용되는 경우가 있어 명확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는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정조지」는 매우 치밀한 체계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각 지(志)마다 권 - 대분류 - 소분류 - 세분류로 나뉘어 있고 총 7권으로, 11장의 대분류, 80개의 소분류, 세분류인 표제(標題)는 다시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어 1,000여종이 설명되어 있다고 합니다. 때론 각론중 별법(別法)이 소개된 경우와 식재료가 전혀 달라 다른 음식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까지 항목으로 넣어 분류했다고 합니다. 식품재료학→조리법별 항목→절식(節食)문화 이렇게 세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식생활관련 문헌에서 택한 분류는 「정조지」의 소분류에 해당하고 「정조지」에서는 이들 소분류를 대분류 항목으로 묶어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음청류(飮淸類)나 과정류(菓飣類)라는 용어는 「정조지」에서부터 쓰이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그의 분류체계가 한국음식 분류에 바탕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차교수는 맺음말에서 앞의 논의를 정리한 뒤 문화콘텐츠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지체를 풀어 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서술로 마무리합니다.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산업은 그 배제성과 역사성 그리고 확장성 등을 감안할 때, 시급히 육성되어야 할 창조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전통음식문화 연구분야에서는 식생활관련 고문헌에 학계의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경북 영양의 석보마을이 『음식디미방』으로 지역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불천위를 50명 이상 모시는 안동의 『수운잡방(需雲雜方)』 · 『온주법(醞酒法)』 등이 나온 명문 종가(宗家)들의 고택(古宅)체험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의 고찰은 한국전통음식문화에 대한 문화원형연구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콘텐츠산업으로 가공 육성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 자원이라며 발표를 마칩니다.

차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가 보다 분명해 졌습니다. 앞으로도『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가 대중과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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