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저(野猪) – 멧돼지

멧돼지산과 민가가 인접한 곳에 멧돼지가 출몰해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농작물을 망가뜨려 방송에 나오곤 한다. 이 곳 천호성지 마을도 산이 깊어 멧돼지나 고라니가 많다. 수렵허가 기간에 멧돼지 사냥을 하는지 가끔 공기총 소리가 난다. 이 곳 주민 한 분이 멧돼지 고기를 구해주었다. 농가에서 사육한 멧돼지와 달리 야생 멧돼지라 훨씬 좋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무래도 사육하는 멧돼지는 사료를 먹여 키울거고 야생 멧돼지는 가을에 온 산을 쏘다니며 도토리 같은 나무 열매, 나무 뿌리까지 먹어 영양도 풍부하고 운동량이 많아 지방이 적고 육질은 단단하다.

  멧돼지고기스페인에서는 도토리를 먹은 가을 야생돼지로 만든 하몽을 최고의 별미로 친다. 생존을 위해 거친 산야를 누빈 야생동물들이 더 질기고 특유의 냄새도 나지만 인간에게 길들여진 분홍살 보다는 훨씬 풍미가 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온 우리보다 자연에서 더 가까이 사는 분들이 야생 고기에 대해 더 잘 알고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들 농사에 피부가 그을렸을 법도 한데 피부가 건강하고 윤기가 있다. (  멧돼지 고기에는 피부에 좋은 비타민B와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 분 표현으로 야생고기는 쌔한 냄새가 나서 심지어는 이것 때문에 고기를 버리기도 하는데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이걸 이해하고 얇게 썰어서 구워먹거나 후추, 생강, 장에 재워 압력솥에 푹 익혀 찜을 해먹으면 연하고 맛이 좋아 깜짝 놀랄거라고 설명해준다. 멧돼지는 그냥 삶으면 질기니 꼭 압력솥에 익혀야 푹 물러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털이 박혀 있어 좀 징그럽지만 술을 뿌려 구워 보니 쌔한 냄새는 다 사라지고 고기가 단단하면서도 비계가 전혀 느끼하지 않은게 집돼지하고는 완전 달랐다. 비게 달린 고기로 자구 젓가락이 간다. 기름기도 없고 속도 든든해서 공복감을 늦춰준다. 지구력이 생겨 사람을 덜 지치게 해준다.

  멧돼지는 정조지에도 맛이 달고 순하며 독이 없고 집돼지와 다르다고 나와있다. 약기운을 떨어뜨리고 발굽이 푸른 것을 먹으면 풍을 일으킨다고 했다. 예로부터 12월 동지에서 3번째의 미일인 납일에는 종묘사직에 대제를 드리고 사냥해온 멧돼지 고기나 산토끼 고기를 쓴다는 걸로 봐서 멧돼지 고기는 겨울철 귀한 먹거리였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카테고리: 임원경제지 정조지이야기